송해룡 고려대구로병원 개방형 실험실 사업단장
병원 의료진과 함께
연구하는 기업만 30곳 넘어
의사 창업 모델 많이 나와야
“고려대구로병원 개방형 실험실을 통해 의료진과 함께 연구하는 기업만 30곳이 넘습니다. 이들 중 세계에 수출하는 기업이 나오도록 돕는 게 목표입니다.”
15일 문을 연 고려대구로병원 개방형실험실 사업단장인 송해룡 고려대구로병원 정형외과 교수(사진)는 “병원에 있는 의사들과 정보기술기업, 바이오기업 등이 만나면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다양한 사업화 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”이라고 말했다. 바이오헬스 분야 벤처기업은 높은 병원 문턱 때문에 사업화 아이디어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. 개방형 실험실은 바이오헬스 벤처기업이 입주해 의사들의 임상 아이디어를 듣고 이를 사업화하기 위해 공동 연구하는 곳이다. 보건복지부는 개방형 실험실 구축을 위해 아주대병원, 동국대 일산병원, 전남대병원, 인제대 부산백병원 등 5개 병원에 올해 각각 8억원을 투입했다.
송 교수는 고려대구로병원의 책임자다. 이곳의 605㎡ 연구공간에는 클라리파이, 청암메디칼, 유엠아이옵틱스, 엠디파크 등 17개 회사가 들어섰다. 가상현실(VR) 기술이 있는 오썸피아는 이곳에서 병원 의료진과 함께 의료용 VR 콘텐츠를 개발할 계획이다. 사람의 스트레스 정도를 파악하는 제품도 개발 중이다. 송 교수는 “사물인터넷(IoT) 기술과 연계해 환자 상태를 수시로 측정하고 당뇨 환자의 합병증을 미리 파악하는 시스템 등도 개발할 수 있을 것”이라며 “의사가 병원에서 하는 의료 행위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누구나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헬스케어 서비스를 개발하겠다”고 했다.
이 병원은 산·병 협력을 위해 6개 연구회도 구축했다. VR/IoT센터, 빅데이터·인공지능(AI), 재활의료기기, 융복합 스마트 약물전달시스템(DDS), 피부미용 흉터 등이다. 주제마다 병원 교수와 기업들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. 30여 명의 의료진이 30여 개 기업과 공동 연구를 하게 된다. 송 교수는 “보건산업혁신창업센터에서 관리하는 기업까지 포함하면 300~400개 기업이 병원 의료진과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”이라고 했다.
송 교수는 바이오벤처 오스힐을 세운 의사 창업가다. 그는 “국내 상위 1%의 고급인력이 의사가 돼 진료에만 묶여 있다 보니 미용성형 등의 시장만 확대되고 있다”며 “성공한 의사 창업 모델이 많이 나와야 한다”고 했다.
미국 메이요클리닉에서 매년 창업하는 기업은 13개다. 136개 회사를 운영하며 기술이전 수익만 5400억원에 이른다. 송 교수는 바이오헬스 기술을 이해하는 투자인력이 많아져야 한다고도 했다. 그는 “최근에는 투자사들이 바이오헬스 분야의 여러 기업에 공동 투자하는데 그만큼 기술을 잘 모르기 때문”이라며 “의사 창업은 기술이 좋지만 마케팅, 투자 유치에 취약하다”고 했다.
이지현 기자 bluesky@hankyung.com
기사원본: 새창에서 보기